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일은 어렵다.
무엇을 먹으며 연명할지, 누구와 만나며 스스로의 보잘 것 없음을 깨달을 지 정하기 어렵다.
나는 잘하는 일이 무엇인가. 삶에 무엇 하나 진지해지고 열정을 쏟아 부었던 적이 있었던가. 살아가는 이유가 정녕 무엇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뭘 까.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꽤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아서 비록 보잘 것 없는 내 일상이지만 절대 오늘을, 앞으로의 내 인생을 저버릴 수가 없다.
알고 보면 나는 참 바라는 것이 많다. 돈을 왕창 벌었음 좋겠고. 모두가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받아서 남보다 크게 성공하고 싶다.
나의 모자람을 채우고 반성하고 멋지게 살아가기 보다는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 배 채우기에 바쁘다.
언제부터였을지. 실은 무척 오래 전 부터 이미 그러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변해 버렸다고 말하기에도 조심스럽고 그 시작을 재기가 겁난다.
언제나 제자리 걸음만 반복해서 걸어가는 나의 인생은 2년 전이나, 3년 전이나 늘 변함없다.
내가 사는 세상과 환경, 주변 사람, 사물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것만 같은데 나는 여전히 과거에만 머물러 있나 보다.
전에는 하루도 달리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던 때가 있었다.
힘겹게 뛰면서 늘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직접 느끼고자 했다. 뛰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행복했고 즐거웠다.
내 삶에서 달리는 행위는 어쩌면 곧 나 자신을 깨닫는 일이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달린다. 그럴 때면 힘들기도 하지만 즐거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 같다.
근육은 뇌처럼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달리기를 할 때면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지난날 가졌던 꿈이나 의지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오히려 옛날이 더 나았던 경우를 생각할 때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그러다 지나간 내 꿈, 살아온 모습, 존경스런 부모님 생각이 스치면 이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을 발견한다.
실제로 달리다 울적해지기도 하고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주변에 아는 이가 하나도 없는 걸 그나마 위안 삼으며 그렇게 달린다.
나중에는 지금 이 순간도 기억나겠지 하며.
솔직히 내 삶이 그 닥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그리고 가치있게 살라고 계속 스스로 채찍질 하나 보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에 그만 덜 살게 되어버리는 것일까.
늘 나의 인생 모토는 쉽게 말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말 터무니 없고 막연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택한 삶 속에서 언제나 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좋은 학생, 누구와도 두루 친해지는 좋은 친구, 형, 동생, 오빠,
부모님께 효도하고 속 썩이지 않는 좋은 자식, 삶에 진심이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사람, 그런 존재로 남고 싶고 되고자 애써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는 의지도 끈기도 열정도 가지지 않고 살아가는 그저 그런 사람인 것이다.
막연하고 막막한 것은 오히려 나였다.
무얼 바라 나는 살아가나 살아가며 무엇을 추구하나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나? 내게 주어지는 끊임없는 '무엇'에 대한 질문들.
나는 꽤 부족하게, 모자라게 사는 인간이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걸 놓쳐버린 후였다.
입버릇처럼 말하길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지나갔던 것이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은 가.
얼마를 더 보내고 지나야 나는 비로소 '무엇'을 깨우칠 수 있을까.
혼자사는 세상이지만 부디 누가 알려줬음 좋겠다.
'자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맛있는 자이언트 펭 스위뜨 패스츄리 (0) | 2020.10.09 |
|---|---|
| 간단한 훈제닭가슴살 저녁식사 (0) | 2020.10.08 |
| 세종시 탐사수를 자주 마시게 된 까닭(광고X) (0) | 2020.10.06 |
| 첵스 초코 쿠키 앤 크림 맛과 영양 (0) | 2020.10.05 |
댓글